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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2년 10월 17일

오랜만에 일기를 쓴다. 오늘 날씨 맑음. 쌀쌀함. 가을과 겨울 사이에 있는 하루.

일주일 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누워있다. 물론 누워있지만은 않는다. 가끔 학교도 나가고, 시장도 가고 야옹이도 본다. 

저번 주는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전국 곳곳 돌아다녔었다. 역마살이 꼈다고 생각했는데, 무리한 일정이 아무래도 피곤하게했던 것 같다. 일정 조정하는 건 20살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어렵다. 20살 때 뻘뻘 거리며 돌아다니다가 한번 크게 아프고 의사선생님이 무리하지 말라고 해주신 게 아직도 선명한데, 난 변함없이 지쳐 쓰러지기 전까지 달린다. 내 한계를 몰아붙이듯이 실험한다. 고등학교까지는 학교에서 스케줄을 조정해주어서 괜찮았는데, 아 그래서 20살은 엉망진창이었다. 친구들이랑 놀겠다고 과제를 하나도 하지 못하고, 항상 뭐든 눈 앞에 꽂히는 것을 하곤 중요한 게 무엇인지 가려내질 못했다. 그니까 습관을 길러야 한다. 예를 들면

...

 

아침

-약 먹기

-해야할 일 체크하기

 

저녁

-하루 정리하기

-달력 정리하기 (오프라인 온라인 모두)

 

...

뭐 오늘부터 해봐야지.

이렇게 누워있으면 당연하지만, 굉장히 자책감이 든다. 날 답답해하던 큰언니가 떠오른다. 더 힘들었던 당신도 그렇게 버텼는데, 힘든 일 하나 하지 않은 막내동생을 향한  '나약하고 게을러'라는 말이 보이는 그 시선이 떠오른다. 마음이 참 따갑다. 나도 쉬운 게 아닌데. 근데 내 주변에는 항상 나보다 힘든 사람들이 너무나 힘내서 열심히, 아무렇지 않게 잘 살아가고 잘 하고 있다. 나는 왜 지금 그게 쉽지 않지. 아마 큰언니와의 골은 꽤 오랫동안 메워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. 의사선생님과 얼른 상담하고 싶다. 우리 가족은 항상 힘들어도 굳세어라 금순이 스타일이라 힘든 걸 말하기 힘든데, (라임ㅋㅋ) 의사쌤한테는 그냥 다 징징거려도 되니까 편하다. 그럼 의사쌤이 조용히 듣고있다가 요약정리 해주거나 칭찬해주거나 적당히 공감해주는데 그게 참 좋다. 초반에 가족들 사이에서 외로워하고 힘들어하던 날 보며 첨으로 많이 안쓰럽다고 말씀해주셨었는데, 그게 이상하게 참 큰 위로가 되었다. 나는 의사쌤 앞에서 환자니까 맘껏 힘든 거 티 내도 된다. 막내언니는 내 이야기를 모두 들은 후 내 약점을 어느정도 감안하고 도와준다. 내가 약먹을 때까지 강아를 보여주며 영상통화를 한다던지... 고맙다. 내 야옹이에 대해서는 너무 고마운 게 많아서 이 일기장 한 칸에 다 들어가지도 못한다. 이렇게 돌이켜보게 하는 시간도 야옹이 덕분에 가젺으니까요,

 

그럼에도 지나친 자기연민은 금물해야한다. 공부를 해야한다. 공부를 할 때만큼 순수하게 기쁜 순간을 찾기 힘들다. 그러니 용기를 내서 침대 밖을 나와야해. 알았지? 너는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도, 항상 잘 나올 수 있었어. 지금은 그만큼 힘든 시기도 아닌데 지친 걸 보면 면역력이 많이 떨어졌나봐. 괜찮아. 그럴 때 있어. 누가 어떻게 모든 순간 완벽하겠어? 이렇게 만들어나가는 거지. 우리 오래오래 작업하면서 잘 살아가자. 그러니까 이 짧은 잠수에 너무 힘겨워하지마. 너는 잘 해나갈 수 있어. 늘 그렇듯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