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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.17

제주도에 또 다녀왔습니다.

 

잠이 안와서 늦게 잠들었더니 아침에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.

마을제는 생각보다 간소했다.

심방(무당)이 본풀이, 이야기를 들려준 후에

사람들의 가족들 점을 봐주는데,

나는 손자들에 대해 묻는 할머니의 얼굴이 문득 울컥했다.

심방은 모든 게 다 잘 풀릴 것이니 걱정 말라 하셨다.

 

마을제가 끝난 뒤엔 다같이 음식을 나눠먹었다.

제에 사용된 천들과 종이들을 불에 태웠고

하얀 재가 당에 내렸다.

 

나는 무언가 깊이 알아채고 싶었다.

제주도에만 가면 느껴지는 이 이상한 기분을

신과 맞닿는 기분을

 

언제든 떠날 핑계를 만들 겸

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었다

 

그 덕분에 많은 돈과 시간을 쓰게 되었지만,

 

오늘 엄마가 소득본 게 있냐고 물었는데,

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외쳤다.

왜, 결과가, 뭔가를 건져야 하는 걸까,.

나는 그냥 알고싶어서 간 거였다.

 

할머니가 갈 수 있었던 길과

매혹스러운 신화와

돌과

바다와 

나무를

 

보고싶어서 간 것 뿐이었다.

 

꼭 돈을 쓴만큼 건져야하는 걸까.

 

이제 내가 찍은 사진들과

내가 느낀 감각들을

잘 보관한 뒤에,

 

여러 이야기들을 읽어야지. 생각 중이다.

금요일 오전에는 책을 빌려야지.

매일 하루 두시간 정도는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해야지.